애플의 개인정보 보호책 강화가 연일 이슈다. 애플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앱을 통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기존의 방식에 제어를 걸기 시작하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어지고 있는 탓이다.
애플, 연간 250조의 수익이 발생하는 시장에 문제를 제기하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둘러싼 논쟁이 격해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이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그 자체로 돈이다.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짜깁기하고, 공유하고, 합치고, 실시간 경매하며 창출되는 업계의 총수익은 연간 2,2270억 달러, 원화로 250조에 다다른다[1]. 그런데 애플이 이 데이터 거래 업계의 데이터 수집 방식에 제어를 걸고 있으니,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어떤 데이터가 거래되는가?
도대체 어떤 데이터가 이렇게 돈이 된다는 것인가? 사용자를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가 돈이 된다. 날씨 앱을 열고, 뉴스 기사를 읽고, 지도 앱으로 길을 찾는 행위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는 소비자의 실시간 위치를 추적하고, 무엇을 읽는지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즐겨하는 게임 앱은 다른 모든 앱 및 웹사이트를 넘나드는 사용자 행위 데이터에 접근해 사용자가 가장 선택할 법한 광고를 게임 중에 노출시킨다. 사진 앱이나 결제 앱을 사용하는 순간 소비자가 어디서, 무엇을, 얼마를 주고 구매하는지에 대한 선호가 데이터화 되어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 가능하다. 이 모든 데이터는 소비자가 한 번도 거래해 본 적 없는 전 세계 수많은 기업에 공유되고, 돈으로 환산되어 데이터 거래 업계에 수익을 가져다준다.

소비자는 이 모든 사실에 동의한 것인가? 그러니까, 자신의 앱 사용 행위가 1) 수집, 결합, 재가공되고 2) 이를 통해 자신이 매우 세분화된 특성, 예를 들어 “최저가에 목숨을 걸지만 사치품은 사고싶은” 소비자 그룹 으로 자동 정의되며 3) 마케팅 업계에 이 정보가 고가로 거래되어 그 수익이 공유되는 것에 동의한것이냐고?
물론 동의에 관한 절차가 있다. 기존에 애플은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들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추적할 경우 “옵트아웃” 방식으로 동의를 받았다. IDFA(Identifier For Advertisers)라는 광고식별자를 통해 사용자 행동을 추적하는 행위를 “동의하지 않는 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여 허용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자신의 동의 행위로 인해 어떤 실시간 행위정보, 개인정보가 얼마나 자주 수집되고 거래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어떤 일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간주된 동의”가 왕왕 일어나는 동안, 이 업계는 연간 250조의 수익을 창출해온 것이다.
업계의 반발, 왜?
그래서 애플은 앞으로 사용자 정보 추적과 관련하여 “옵트 인”방식, 즉 동의한다고 선택한 사용자들에 한해서 추적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즉, “앱이 사용자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좋다”고 동의를 표현하는 사용자들의 정보만 추적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던 – 사실상 대다수 무료 앱의 수익 창출원에 해당한다 – 현 업계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기존에 온라인 광고 네트워크, 광고 퍼블리셔, 광고 효과 측정 전문 업체, 데이터 브로커, 기타 마케팅 사기업 등 광고 업계는 물론이고 이들을 통해 무료로 앱을 제공하고도 수익을 창출하던 앱 서비스 사업자들 모두가 수익이 반토막 날 상황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이 애플의 정책 변경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대부분의 수익을 사용자의 앱과 사이트 활용 정보를 수집하여 “표적 광고”를 통해 벌어들인다. 따라서 새로운 애플의 정책이 시행될 경우 페이스북에 직격탄이 날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페이스북은 뉴욕타임즈 등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신문 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출처)
페이스북의 주장은 크게 4가지다. 1) 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소셜 마케팅에 더욱 의존하기 때문에 소기업의 타격이 더욱 클것이라는 점. 즉, 지역의 웨딩플래너가 기혼자에게 광고하게 되는 꼴 2) 모바일 쇼핑이 일상화된 젊은 세대들에게 표적광고 시스템이 사라지는 것은 매우 유용한 서비스가 사라지는 것 3) 무료 모바일 게임 생태계를 흔들어 인앱 구매 또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불가피하게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4) 애플은 IDFA에 접근이 불가능해 질 경우 Apple API를 통해 광고를 위한 데이터를 얻게 하기 때문에 사용자 데이터를 애플이 독점하는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Apple VS. Free Interne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페이스북은 애플의 이번 조치가 따라서 “마치 이용자를 위해 새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사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며 맹 비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지원 기관인 중국광고협회(China Advertising Association)의 주도로 애플 자체의 IDFA(id for advertisers)를 사용하지 않고 사용자를 추적하는 시스템인 CAID(China Advertising ID)를 개발하고 있는 것.
CAID란?
파이낸셜 타임즈가 입수한 11페이지 분량의 CAID 설명서에 따르면 광고주는 애플의 IDFA(ID for advertisers)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CAID를 대체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CAID는 사용자의 IP 주소와 브라우저, 휴대폰 기종 등을 기반으로 한 사용자 식별자를 발급하며 발급되는 식별자이며 이중에는 휴대폰의 고유식별번호(IMEI)도 포함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9년 기준 세계 15억 명의 소비자 정보를 확보하며 데이터 수집에 가장 선도적인 기업으로 평가되는 프록터앤드갬블(P&G)과 딜로이트, PwC, 여론조사업체 닐슨이 CAID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바이두,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주요 IT 기업 5곳의 SDK 정보를 분석한 결과, 5개 기업 모두 CAID를 테스트 중이거나 구현하고 있으며, 중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게임업체를 비롯해 몇몇 외국 광고회사도 해당 프로그램 테스트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중국의 CAID를 파악하고 이를 차단할 가능성도 물론 있으나 전 구글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아이린 냅은 “CAID가 기기 내에서 생성되지 않고, 앱 개발자의 서버에서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애플이 이런 사실을 탐지하기 더 어렵다”고 언급했다. 또한, 빅토리미디엄은 “애플이 중국에서 모든 앱을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애플이 중국에서 퇴출당할 빌미를 만드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CAID가 애플의 규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임에도 중국의 테크 대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의 지지를 받게 된다면 결국 이에 대해 대대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새로운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우회하려는 중국 회사를 제거하면 Wechat 및 Tiktok과 같은 인기가 높은 애플리케이션이 iOS 기기에서 사라지며, 애플의 매출에도 영향을 끼칠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앱스토어 독점인가,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인가
“당신에게 유용한 개인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당신의 사이트 활용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동의해 주세요”(페이스북)
“페이스북이 당신이 다른 앱과 사이트에서 활동한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원하는데 동의하나요?”(애플)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20211330000129)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에 애플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르는 팝업이다. 겉으로는 매우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 거대 두 테크 기업의 날선 공방이 느껴진다. 사용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존의 무료로 사용하던 인터넷 서비스들을 여전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혹은 무의미한 광고 대신 맞춤형 광고를 받아볼 수 있도록 동의를 제공할 것인가. 혹은 더욱 높은 수준의 투명성 및 개인 데이터 제어 권한을 누리는 것에 찬성하며 동의를 거부할 것인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그러나 이 논란은 개인정보보호의 측면에서 볼 때 개인정보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고, 정보의 주체인 소비자를 데이터를 활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내는 거대하고 불투명한 업계에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며, 향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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